신인상
걔
이원재
쉬는 시간, 조잡하게 편곡한 클래식 음악이 나올 때면 걔는 어김없이 온몸을 흔들었어, 웃긴 춤을 추고 싶었던 건지 춤을 춰서 웃게 하고 싶었던 건지, 아마 네가 걔를 봤다면 등짝이든 뺨이든 어디든 한 대는 치고 싶었을 거야 사지가 나풀거릴 때마다 조금씩 들리던 티셔츠의 아랫단, 푸짐하게 두른 뱃살도 그렇게 조금, 조금씩 보였더랬지
뭐 얼마나 이어졌을까, 싶어도 그 아이는 쓸데없이 포기를 몰랐어 방과 후 청소 시간이 끝난 한참 뒤에도 누가 있나? 하면 걔가 때 낀 손톱으로 때 묻은 걸레를 하나하나 빨고 있었고, 다른 애들 몰래 게임할 때 컴퓨터실 구석 명당자리에서도 그 둔한 곰손이 열심히 한컴타자나 두들기고 있었다는 거 아니니 눈꼴이 좀 사나웠겠어, 그 아이 배만큼이나 불룩했던 안경알은 무
슨 노릇인지 곧잘 떨어지곤 했는데, 설핏 졸 때나 예의 그 춤을 출 때나 하여튼 한두 번이 아니었어 그럴 때면 누가 누가 먼저 밟나 대회라도 열린 것마냥 여기저기서 실내화 세례가 쏟아졌지 때론 그걸 줍는 손도 같이 밟히곤 했어
웃기지, 그쯤 되면 춤은 안 출 법도 한데, 두 번 다시 없을 무대마냥 열렬하게 몸을 흔들어댔어, 다시, 웃긴 춤을 추고 싶었던 건지 춤을 춰서 웃게 하고 싶었던 건지 나야 이제는 알 수 없다만, 옆자리 예쁘장하던 짝꿍도 똑 부러지던 반장도 심지어는 좀 전까지 안경알을 밟아 부숴대던 애도 그때만큼은 모두 웃음바다가 되었지, 조소인지 폭소인지, 아님 둘 단지 모를 웃음이었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은 없겠지 걔도 마찬가지였거든, 웃고 있던 건
이원재
2024년 《시결》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