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결

신인상

두 번이나 제주에 간 사람

백목인

너는 제주에서 살고 싶다 했지 나는 죽고 싶다 했고 바람이 많은 섬엔 많은 것이 굴러다닐 거라고 너는 말했지 사는 일도 죽는 일도 그곳에선 함께 뒹굴 거라고 평생을 구른 돌멩이를 들춰보니 한 여자가 나왔대 이름은 캐서린인데 지금은 서울에서 산다고 해 제주는 싫다나 대문이 없어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나는 막지 못하고 파티가 끝난 너무 넓은 거실에서 바닥을 쓸었더니 네가 있었지 구르는 맥주병과 함께 남아있는 폭죽들을 한꺼번에 터뜨리곤 우리는 갔었던 거지 제주가 아닌 모든 곳을 말야 평생을 사투리만 쓴 남자의 혀는 굴러다니기 좋게 생겼고 몸을 함부로 굴린다 지껄이던 네 아버지를 승용차째로 굴려버리자 폭죽이 펑펑 터지던 그 밤의 언덕길은 어디서나 이어지고 우리는 내리막길을 좋아했다 도둑이 없어 한가한 경찰은 우릴 쫓기 좋아했고 헤엄도 못 치는 네가 탄산수를 좋아했는진 나는 몰라 사는 일도 죽는 일도 탄산수도 글라스도 물러터진 맥주만큼 박자만은 경쾌했지 트렁크의 오디오는 가사집을 흘려대고 조수석에 앉은 너는 모든 가살 따라 읽고 “너는 두 번이나 제주에 간 사람, 두 번이나 제주에 갔던 사람” 있잖아 제주에 갈 필요는 이제 없지 않겠어 평생을 구른 돌멩이를 들춰보니 흰 달이 나왔대 비극은 언제나 동쪽에서 뜬다던데 이번엔 남쪽으로 갔다고 해 제주의 화가들은 말이 없더라지 그날 밤 도슨트의 말을 기억하는지. 물로 그린 달무리 우리 대신 모든 곳을 가자 내리막길은 이어질 테니 그전까진 우리 아 고꾸라지는 차들 추격전도 사이렌도 사랑노랜 엉터리야 서울에 가서 살자 남대문만 피해서 남해가 생각나지 않기 위해서

백목인
2025년 《시결》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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