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전화가 오는 날
백목인
오늘은 전화가 오고. 나는 전화를 기다린다. 나는 오래 기다려왔다. 한 통의 전화를. 내게 전화가 오면. 나는 썩 잘 살아왔다는 뜻이 된다. 전화가 오지 않으면. 나는 살아있지 않다. 전화는 오는 것이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벨소리는 신중히 골랐다. 아직 들어본 적은 없다. 전화를. 기다리는 날이 있다. 전화는. 모든 것을 바꾸어왔다. 혁명의 성패를 가른 것은 한 통의 전화였다. 미국의 소설가는 전화를 받고 원고를 버리지 않았다. 비 오는 날에만 오는 전화도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자정이 오고 있다고. 알콜을.
전화를 발명한 사람은 미국인 그레이엄 벨로 알려져 있다. 정말로 누구인진 알려져 있지 않다. 이탈리아 혈통의 안토니오 무치라고도 한다. 독일인 필립 라이스라고도 한다. 일라이셔 그레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레이엄 벨에겐. 전화가 왔다. 특허청 직원의 전화가. 안토니오 무치와 필립 라이스와 일라이셔 그레이에게 전화가 왔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오늘은 전화가 오지 않고. 나는 전화를 기다리지 않는다. 전화가 오는 날은. 지났다. 잠들지 않아도. 날은 지난다는 뜻이 된다. 전화가 오지 않아도. 나는 잠들지 않았는데. 그것은. 전화가 오지 않았기에. 전화는. 왔다. 다른 이에게. 이 시대의 그레이엄 벨에게. 날이 지나지 않으면. 안토니오 무치는 전화를 기다릴 수 있다. 필립 라이스도 일라이셔 그레이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전화는 왔고. 오늘은 왔다. 모두에게. 전화는.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다. 살아있다고. 아침이 오고 있다고. 알람은 신중히 고른다고. 안토니오에게 전화를 걸고.
백목인
2025년 《시결》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