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영혼 굽기
조정현
안경을 뺏었다
조용히 있으라고 했다
이걸로 개미를 태울 생각이었다
학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만 남으면
운동장에 모여 놀곤 했다
빛을 모아
개미를 구웠다
연기가 잠깐 피어났지만
검은 종이와는 달리 어떤 냄새도 나지 않았다
실험은 대개 이런 것이 아닐까
과학 경진 대회에 함께 갈 그런 친구는 없었지만
개미의 영혼 같은 걸 보여주고 싶었다
실험이 이어질수록 바닥이 일렁거렸다
시원한 것을 마시고 싶었다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는 문방구로 가
냉장고를 뒤적거렸다
품이 큰 반팔을 입었다고
아이들은 내 품에 무언가를 숨겼다
차가운 것이 살갗에 닿을 때마다 움찔했다
주인아저씨가 선반 너머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열까지 세면 한꺼번에 도망가기로 했는데
머리가 하얘진 나만 목덜미를
잡힐 뻔했다 시원한 것을 품에서
떨어뜨리고 티셔츠의 목이 늘어난 채
골목을 서성거렸다
따라붙는 사람은 없었다 그 사이에
친구들은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는 일을 그만둘 것이고
문방구 주인은 바닥에서
부서진 얼음을 주워 담고 있을지도 몰랐다
목이 바싹 타들어 갔다
좁은 골목에 잠깐 빛이 들다가 사라졌다
이마가 뜨겁길래
조용히 구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조정현
2025년 《시결》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