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결

신인상

장화

조정현

장화 신은 소녀는 공장에 들어가고서 울기만 했다
매일 수조 밑에서 죽은 물고기를 꺼냈다

다리가 자주 붓던 소녀의
어깨에서 지느러미를 발견한 날
그 애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서 있고
나는 조용히 전자레인지를 돌렸다

고소한 스프와 장화를 넣고서
따뜻한 장화를 두 다리에 신기는 상상을 했지만
꺼낸 장화는 미지근하기만 했다

소녀는 침대에서 자꾸만 쏟아졌다
바닥으로 먼저 쏟아지는 다리 때문에
자신이 물고기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애를 들어 침대로 옮길 때에는 죽은 물고기를 만지는 느낌이 났다

이불을 덮어 주고 돌아누워
난 장화도 없이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너는 베개 밑에 짧은 편지를 쓰고 떠났다

마지막으로 공장에 가던 날
누구도 네가 물 밖으로 나온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너를 물 밖으로 꺼내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죽은 물고기에게 전하는 몇 마디 미안해가 하루의 전부였을 것 같은 너의 자리에는
오랫동안 치우지 않은 먼지가 얕게 내려앉고
수조 속에서 가만히 기다리는 너를
밖으로 꺼내 보았지만
숨 쉬는 일을 포기한 너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돌아와
기어코 창문을 건드렸다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매일 스케치북과 까만 연필을 들고
창문을 건드리는 나무와 창문에 느슨하게 비친 나를 같은 도화지에 그려 넣는 일이었다

비누가 되어가기 위해 줄어드는 비누처럼
연필이 줄어들면 나도 조금은 줄어들고
나무는 가지를 뻗었다 창문을 닫지 않고서
그것이 심장을 찌를 때까지 기다렸지만

비가 오면 잘 자란 나무가 나를 감쌌다
평생 물에 젖지 않았다

조정현
2025년 《시결》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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