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결

신인상

숨

조정현

감압이 필요해 화장실에서 나비가 양치를 하고 있어 난 그저 네가 일어나기를 기다렸을 뿐인데 숨병에 걸렸다고 해 손가락 하나를 보여주면 두 개가 보이다가도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이 지나가곤 해 병에 걸렸다는 뜻이야 의식 없는 두 눈에 어느새 의사가 손전등을 비추고 있어​

이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야만 걸리는 병인 줄 알았어 나는 그리는 사람이 뭍에 없거든 수면으로는 천천히 올라가라고 해 빨리 올라가다간 보고 싶은 사람도 얼마 못 보거든 난 너 말고는 없어 넌 바다에 있고 난 너 말고는 없어

왜냐하면 엄마는 처음 잠수복을 입은 나에게 그냥 돌이나 되라고 했거든 어디 전설에나 나오는 바위처럼 조용히 굳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저주를 퍼부었는데 그날 내 다리는 마치 인어 같았어 목소리를 잃었거든 그러니까 엄마 조용히 살라던 소원 이루어졌으니 다시 와서 내게 미안하다고 해주면 안 돼요?

그치만 대답은 없어 엄마가 나무를 기르러 가자고 했거든 지독한 불치병 나는 엄마를 업고 숲으로 갔어 눈을 뜨면 계속 오징어잡이 불빛만 보인다는 사람에게 인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울음밖에 없었으니까 나는 엄마를 작은 그늘에 내려두고 떠났어 얼마 전에 꽃을 들고 갔을 때는 가장 큰 그늘이 되어 있더라 나무가 배고픈가 봐 숲이 한 개도 사라지지를 않네

그럴 줄 알았으면 바다에 밥이라도 던질 걸 왜 물결은 조용해지질 않아 용왕님께 제물을 바쳤다는 이야기는 기후를 허기로 이해했다는 소리일 테고 폭풍이 오던 날 왜 하필 배고픔의 대상이 너였을까 계속 생각하곤 해 막상 들어가 보니깐 바닷속엔 그렇게 먹을 게 많던데 말이야 어이가 없지 풍랑은 멈추질 않는데 내 주변만 자꾸 사라져

그래서 말이야 오징어잡이 불빛이 두 눈을 잡아먹기 전에 나는 가장 큰 숨을 들고 갈 거야 너를 위해 지상 마지막 호흡까지 챙길 거야 혹시 몰라 도서관에서 몰래 빌린 피그말리온 신화처럼 입술에 숨을 불어 넣으면 차갑게 굳어버린 네가 깨어날 수도 있으니까 아직은 숨이 모자라지만 괜찮아

그거 알아?
나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점점 너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겠니

조정현
2025년 《시결》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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