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편도
조정현
왼쪽 눈은 닫고 오른쪽 눈은 열었다 그러자 오른쪽에는 유리문이 있었다 비상시에 쓰이는 문이었다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왼편에서 수근거렸다 역무원이 오른편에서 유리문을 열고 대피하라고 외쳤지만 사람들은 멈칫거렸다 저 문으로 나가도 되는 건가 생각만 가득할 때 가득한 연기는 사람들을 문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바깥은 선로로 향하는 길이었다 누군가가 이것만이 살길이냐고 물어보자 오른쪽에서는 그렇다고 답했다 모두 기찻길을 걸었다 동물이 지나간 자리에는 냄새가 남는데 터널에서는 눅눅한 기름 냄새가 났다 바람이 불수록 냄새가 심해졌다 그러자 왼편으로 열차가 지나갔다 텅 비어버린 선로를 보며 오른편에서는 비명을 질렀다 그보다 더 오른쪽에서는 사람들이 말없이 줄지어 걸었다 어쩌다 이곳을 걷게 된 걸까 모두가 살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고 말했으니까 벽에 붙어 걷다가도 바람이 불면 걸음을 멈췄다 열차가 통과하면 빛이 사라지고 냄새와 소리마저 왼쪽으로 지나갔다 오른쪽으로는 벽을 짚었다 조금만 더 가면 다음 역에 도착할 거라 했다 믿음은 어느 쪽에 있을까 의미가 희미해지면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조정현
2025년 《시결》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