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염색과 교육
조정현
학부모들은 교육이 자유롭다며 이 누추한 동네로 이사를 온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에게 악수를 권한다 연탄을 버리러 가던 길이었다 그들에게 소매가 더러워질 거라고 했는데 기어코 악수를 걸어 왔다 소매에 잿가루가 묻어도 개의치 않던 그 미소는 언제 꺼질까 때늦은 서리에 다시 불을 지피며 생각했다
산을 넘는 아이들이 고생한다며 터널을 팠던 날은 동네 어르신들이 몇 분 돌아가신 날이었다 지금은 그곳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거나 낙서를 그린다 어르신들을 기리는 비석은 가래침이 묻어 색이 변했다 그것을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안골 마을 아이들은 학교에 가려면 다시 산을 넘어야 한다 침 묻은 비석을 닦으러 간다 학교 갈 시간에 터널 속 아이들은 잠들어 있다
아이들이 분주히 화분을 옮긴다 학교 숙제라고 했다 무심코 꽁초를 던지는 자리마다 가서 속속 꽃을 심는다 꽃이 지켜본다며 담장에는 눈을 그려 넣는다 연탄을 버리는 자리에도 하나 있다 하지만 터널에 눈을 그리거나 꽃을 두는 아이들은 없다 숙제가 끝나면 몇몇 아이들은 산을 넘어 집으로 간다
연탄에 있던 화분을 집에 들인다 엄마는 거실에서 티비를 본다 홈쇼핑에서는 염색모를 수조에 담갔다 부엌에서 물을 가져와 화분에 주고 있으면 엄마가 웬 화분이냐고 묻는다 연탄을 모르는 아이들이 있다고 대답했다 엄마는 조용히 티비를 봤다 이곳엔 교육이 없다 수조에서 꺼낸 염색모는 그대로다 염색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터널에 순찰을 간다 잠든 아이들에게 집에 갈 시간이라고 한다 어깨를 흔들어도 전혀 소용이 없다 어릴 때는 원래 잠이 많다 낙서처럼 잠든다 살며시 자리를 비킨다 교육은 절대 터널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밀려난 아이들은 산을 넘는다
조정현
2025년 《시결》로 등단.